25주년_서태지, 잠실벌에 펼쳐진 그의 우주 (feat. 방탄소년단) [리뷰]

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서태지의 25주년 콘서트
'롯데카드 무브 : 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가 열렸다.
오프닝 공연에는
국카스텐
(하현우 전규호 이정길 김기범),
어반자카파
(조현아 권순일 박용인)가 참여했고,
본 공연 게스트로는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이 출연했다.

1992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1집
'난 알아요'로
가요계의 전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
서태지는 지난 25년간
모두 9장의 정규 앨범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또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으로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이끌었으며,
매 공연에서는 음향 조명 연출이
돋보이는 무대로
국내 공연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공연은 2015년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전국투어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공연으로,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체를
망라할 수 있어 팬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잠실벌 아래
서태지의 우주가 펼쳐졌다.
긴 세월 동안 공들여 구축한
서태지의 음악 세계가
'그때 그 시절'을 새롭게
재현하며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5년을 뛰어넘은 시간 여행은
긴 세월 동안 그와 함께한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오프닝 공연을 맡은
국카스텐은
'변신' '펄스(Pulse)' '도둑'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보컬 하현우가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을 통해 선보였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를
부르며 팬들을 들뜨게 하기도 했다.
하현우는 주경기장 벽면을 채운
여러 현수막들을 직접 읽으며
'정권이 바뀌었다. 앨범 내자'
라는 문구가 제일 눈에 띈다.
"부디 형님 오랫동안 건강하시길 바란다"며
서태지를 응원했다.

이어 등장한 어반자카파는
'목요일 밤' '널 사랑하지 않아'
'그날에 우리'를 부르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이번 공연은
블랙홀을 형상화한 로고와
‘타임:트래블러'라는 타이틀
아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담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우주 속 은하를 연상케 하는
LED 영상과 함께 시작된
오프닝 무대는 레이저쇼가
어우러진 화려함의 극치였다.

서태지의 첫 곡
'내 모든것'을 시작으로
거대한 불꽃놀이가
경기장을 수놓았고,
이어 서태지는
'줄리엣(Juliet)'을 부르며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후 '크리스말로윈'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소녀 엘리의 VCR을 통해
본격적인 시간 여행이 시작됐다.
1992년 3월 23일,
데뷔일로 돌아간 타임머신을 타고
서태지는 지난 25년 간의
음악 역사를 25곡의
노래 안에 차곡차곡 담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곡들이
앨범 순서대로 이어지며
세월을 망라했고,
3만5000명 관객들은
추억을 떠올리며 하나가 됐다.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컬래버레이션한
'태지 보이스' 무대는
초장부터 잠실벌을 뜨겁게 달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약 한 달에 걸친 연습의 흔적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무대로
양현석 이주노의 빈자리를 잊게 했다.

서태지는 랩몬스터 슈가가
함께한 '난 알아요',
제이홉 지민이 함께한
'이 밤이 깊어가지만'과
'환상속의 그대',
뷔 정국이 함께한 '하여가',
진 지민과 함께 한 '너에게' 무대에서
전성기 시절과 똑같이 춤추고
노래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무대를 다시 보는 듯한
감동을 자아냈다.

3집 '영원'의 솔로 무대에 이어
방탄소년단 전원과
함께한 '교실이데아'
'컴백홈'이 이어졌다.
제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서태지는 당시 내레이션을
그대로 재현했고,
방탄소년단과 함께
붉은 깃발을 이용한 군무를 선보여
웅장한 무대를 꾸몄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의 랩을 차용해 시대에 저항하고
청춘의 아픔에 공감하던
서태지의 음악관을 같이 했다.
음악과 세계관으로 하나 된
이들은 세대 차이가 무색한
'세기의 만남'을 이뤄냈다.

이어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게릴라 콘서트' 영상이 흐르고,
서태지는 4집 '필승'을 부르며
당시를 추억했다.
4집 활동으로 끝을 맺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디스코그라피를 갈무리하며
당시의 심경을 담은
'굿바이(Good Bye)'
를 부르기도 했다.
서태지는
"그때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노래로 만들었는데,
아직까지도 여러분 앞에서
감히 한 번도 부르지 못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께 제 마음을 전한다"는
멘트를 통해 25주년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이후로는 1998년 이후로
발매된 서태지의 솔로곡
무대가 이어졌다. 록 장르를
기반으로 한 '테이크 원(Take One)'
'테이크 투(Take Two)'
'울트라맨이야' '탱크'
'오렌지' '인터넷전쟁' '로보트'가
쉼없이 이어졌다.

폭죽이 어우러지며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열기가 잠실벌을 수놓았고,
팬들은 록커 서태지에 열광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해석된 '제로(Zero)'
'틱탁(T'ik T'aK)'
'모아이(Moai)'에서는
지난 2008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를 초청해 완성했던
'서태지 심포니' 무대가 재현됐다.

주크박스 뮤지컬
'페스트'를 통해 서태지와 연을
맺게 된 김성수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가을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채웠다.
음악뿐 아니라 거대 권력의 횡포를
키워드로 삼은 '틱탁'의 무대에
앞서서는 세월호, 최순실 국정농단,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등의
모습이 VCR 속 타임머신을 통해
소개되며 노래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연출도 돋보였다.

 이어 '소격동'을 밴드 버전으로 선보인
서태지는 "10집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우선은 최신곡"이라며
'크리스말로윈' 무대를
끝으로 본공연을 마무리지었다.

앙코르에서는 '시대유감'
'10월 4일' '난 알아요' '마지막 축제'
'우리들만의 추억'이 이어졌다.
'마지막 축제'에서는
25년 간의 마음을 담은
팬들의 노란 종이 비행기 이벤트가
공연장을 장식했고,

'우리들만의 추억'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다시 등장해
축제의 장을 마무리했다.

이날 "25곡에 25년 세월을
담으려 했다. 이를 위해 멘트도
최대한으로 줄이고 노래에만
집중했다"는 서태지는 "25년 동안
보내주신 사랑 잊지 못할 거고,
오늘 공연이 정말 특별해서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며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25년이 아니라 250년 뒤에도
여러분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30주년에 또 만나자"며
팬들을 향한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25년 세월 속에서도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킨
서태지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무대였다.

[출처 :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