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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ISSUE

마지막 히어로_ 마세라티 MC20 첼로

레이싱 DNA를 품고 트랙에서 태어난 마세라티
한동안 도로에 나가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자동차를 주로 내놓았다면,
MC20 첼로는 다시금 트랙으로 돌아와
그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상징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마세라티 MC20 첼로

마세라티 MC20 첼로 ✔️

마지막 히어로, 마세라티 MC20 첼로

어두컴컴한 공장 한가운데 마련한 새하얀 무대 위로 유난히도 맑은 5월의 모데나 하늘이...

dailyfeed.kr

어두컴컴한 공장 한가운데 마련한
새하얀 무대 위로 유난히도 맑은
5월의 모데나 하늘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는
모데나의 하늘색을 그대로 삼켜버린
MC20 첼로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세라티 MC20 첼로

마세라티 코르세(‘레이스’를 뜻함)
가리키는 MC와 이탈리아어로
‘하늘’을 뜻하는 첼로(Cielo)를 합해 만든
이름에서는 성능과 감성을 모두 담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빛의 반사에 따라 오묘한 컬러를 뽐내는
MC20 첼로의 화려한
버터플라이 도어가 열리고
다비데 그라소 마세라티 CEO가 등장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마세라티 MC20 첼로
마세라티 MC20 첼로

조용한 실내에 울려 퍼지는
630마력 네튜노 엔진 사운드
마치 파바로티가 부르는 이탈리아 가곡의
한 소절처럼 중후하면서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가슴을 울린다.
‘사람들은 왜 스파이더 모델을 구입하는가?’
라는 이성적인 물음에서 시작한
MC20 첼로는 감성적인 즐거움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마세라티 MC20 첼로
마세라티 MC20 첼로

‘루프톱을 열고 운전하는 차는 당연히
하늘을 좀 더 가까이 느끼기 위해서잖아?’
라는 그들의 생각은 단순하면서도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차가운 머신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한 것이
쓰디쓴 에스프레소의 마지막 한 방울에서
흘러나오는 설탕 맛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쿠페 모델인 MC20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땅과 맞닿을 듯 낮은 위치에 자리한
프런트 그릴을 비롯해
앞으로 막 달려 나가려는 듯한
노즈 디자인이 공격적인 앞모습을 완성한다.
전동식 루프 때문에 전고가
쿠페보다 약간 높지만,
윈드실드에서
루프를 타고 뒤로 흐르는 라인은
유려하기 그지없다.

톱을 열어젖힌 뒷모습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과하지 않아 늘 세련된 느낌을 주는
마세라티 특유의 ‘시간을 넘나드는’
디자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마세라티는 MC20 첼로를 위해 3가지 컬러를
동시에 표현한 아쿠아머린 컬러를 개발했다.

3단계로 레이어를 쌓은 은은한 컬러는
마치 검은 머리카락이 태양 빛을 머금으면
부드러운 갈색으로 변하듯,
햇빛의 반사에 따라
하늘색이 더 진하게 올라오는
오묘한 컬러가 매력적이다.
베이스는 파스텔 그레이
MC20의 스포티한 DNA를 연상시키며,
그 위에는 무지갯빛 아쿠아머린 컬러를 덮어
은은한 광택으로 우아함을 더했다.

이번 행사에서 따로
시승차를 몰아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루프톱을 여닫으며 요모조모 살펴볼 시간은 충분했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분위기의 운전석에 앉자마자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2개의
10.25인치 스크린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시선을 어디에 두든 불필요한 장식이 없어
미니멀한 멋이 느껴지는 실내.
쿠페와 같이 센터터널에는 주행모드 셀렉터와
변속기 버튼, 윈도 컨트롤,
인포테인먼트 볼륨 컨트롤만 자리하고,
나머지 컨트롤 버튼은 스티어링 휠에 달아
운전자가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시트는 폐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섬유
‘레이스 텍스’ 소재를 사용했고,
레이저로 재단한 정교한 V자 패턴 아래로
광택 소재를 덧대 럭셔리한 느낌을 더한다.

MC20 첼로는 단순히 루프를 열고 하늘을 느끼는
여느 컨버터블과 달리 터치 버튼 하나로
루프를 닫고도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언제든 하늘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이 스마트 글라스는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을 사용했는데,
간단하게 터치 한 번이면 투명도가 바뀐다.

맥라렌처럼 다단계로 투명도를
설정할 수는 없지만, 투명과 불투명
단 2가지로도 특별한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365일 하늘을 보고 싶은 ‘하늘 성애자’들에게
이만한 옵션이 또 있을까?
전동식 글라스 루프는
열렸다 닫히는 데 단 12초.

쿠페 모델의 폴리카보네이트 엔진실이
자리했던 곳에 컨버터블 루프가 접혀 들어간다.
그 위로 마세라티를 상징하는 커다란
무광 티타늄 ‘트라이던트’ 스티커를 붙여
포인트를 주었다.
컬러부터 디자인까지
퍼스널 오더도 가능하다고 하니,
원하는 무엇이든 그려 넣을 수 있겠다.

엔진은 쿠페 버전과 같다.
3.0ℓ 6기통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74.48kg·m의 성능을 낸다.
처음부터 3가지 유형
(쿠페, 컨버터블, 전동화)으로 디자인한
모노코크 보디의 아키텍처
기하학적 구조는 모두 동일하지만,
탄소섬유의 분포와 레이어에는 차이가 있어
차체 유형마다 모노코크의 구조적 특징이 다르다.

MC20 첼로의 경우 루프가 없는 점을 고려해
비틀림 강도를 높이는 데 비중을 두었다.
보통 쿠페 모델을 스파이더로 가지치기하면
무게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MC20 첼로는
앞서 나온 MC20와의 무게 차이가
겨우 65kg뿐.
덕분에 쿠페 모델의 역동적 성능과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유지했다.
차체 중심고도 쿠페와 같은데,
스타일을 위해 주행 기능을 희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이다.

이번에 MC20 첼로를
직접 몰아볼 수 없었던 건 아쉽지만,
대신 형제차인 MC20를 모데나 서쪽에 위치한
‘오토드로모 디 모데나(Autodromo di Modena)’
서킷에서 반나절 동안 경험하며
첼로의 움직임을 그려볼 수 있었다.
오토드로모 디 모데나 서킷은 규모는 작지만,
곳곳에 헤어핀 구간과 같은 코너가
10개 이상 자리하며
직선 구간까지 합쳐져 짧지만
굵은 한 방이 있는 코스다.

서킷 위에서 도도한 자태를 뽐내는 MC20를 보며
한껏 긴장했지만,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훨씬 운전이 쉬웠다.
스티어링 휠은 여자의 힘으로도 트랙에서
쉽게 요리조리 잡아챌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정확했다. 인스트럭터의 지시대로
시선만 옮기면 저절로
레코드 라인을 따라 차체가 돌아나간다.

한두 랩 돌고 나니,
슬슬 긴장이 풀렸고 직선 코스에서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며 폭발적인 순간 가속은 물론,
630마력 네튜노 엔진의 우렁찬 배기음까지
미드십 스포츠카의 진면모를 즐길 수 있었다.

MC20 첼로는 분명
민첩한 성능을 앞세운 스포츠카지만
동시에 장거리 여행을 위한
그랜드 투어링카이기도 하다.
그 옛날, 집에서 출발해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고
다시 집으로 운전해 돌아가곤 했던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롯이 고성능 드라이빙에 집중한
쿠페 모델과는 달리 조금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장거리 여행이나
골프 같은 취미를 즐길 때도
근사한 동행이 되어준다.
MC20는 쿠페와 스파이더를 선보인 데 이어,
전기 배터리를 지닌 EV 모델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MC20 첼로는 내년 상반기에나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C20 쿠페에 이어 신형 SUV 그레칼레 출시 등
공격적으로 신차를 내놓는
마세라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행사의 오프닝에서
새 시대가 열렸다
며 환하게 웃던
그라소 CEO의 표정이 머리를 스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마세라티의 새 시대는 지금부터다.


마세라티 MC20 첼로

INNOVATION LAB

모데나 중심에서 약 20분을 달려
비아 에밀리아 오베스트(Via Emilia Ovest)에
위치한 마세라티 이노베이션 랩을 방문했다.
이곳은 MC20 첼로가 태어난 곳이자,
마세라티의 현재와 미래 차가 개발되는
최첨단 시설. 드라이빙 기술 연구 및 개발,
전략 기획 등 브랜드의 심장 역할을 맡고 있다.

17개국에서 온 1500명 넘는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는
최첨단 드라이버-인-모션 기술을 탑재한
새로운 다이내믹 시뮬레이터,
스타틱 시뮬레이터 그리고
유저 익스피리언스를 개발하는 다양한
실험실이 자리한다. 인솔자와 함께 1시간 정도
이노베이션 랩의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버추얼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터다.
브랜드가 자체 개발한 시뮬레이터는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시뮬레이터에는 가정할 수 있는
모든 매개변수를 입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운전자가 아침 식사로 먹은 것을 고려해
데이터를 반영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최적의 기술로 솔루션을 더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결정지을 수 있다.
또 외부 소음과 완벽히 차단된 방음룸에서는
차에서 들리는 모든 버튼의 소리를
손으로 하나하나 눌러보며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개발하는
마세라티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세라티 MC20 첼로

[출처 : 모터트렌드 2022-07-1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