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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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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의 귀마개 우리 회사에는 나이가 많음에도 과장이신 분이 계십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승진하는 회사라서 그렇습니다. 회사 분위기도 아주 보수적인 편입니다. 과장님은 평소에는 유머 있고 인자하지만, 업무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원리원칙대로 일하시며 조금은 답답한 성격을 지니신 분이기도 합니다. 작년 겨울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과장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감색 코트를 입고, 귀에 귀마개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귀마개가 점잖으신 분의 체면에 맞지 않게 아주 낡았더군요. 저는 호기심에 과장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과장님 귀마개가 아주 멋지시네요. 누가 선물로 주신 건가요?" 과장님은 흐뭇한 미소로 제게 말했습니다. "우리 딸이 재작년에 사준 거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경쟁 사회에서 오늘도 가장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딸의 안경이 마음 아픕니다 제발! 하고 바랐는데... 결국,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섯 살 된 딸아이가 대학병원 검진 후, 난시가 심하다는 진단을 받고 안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딸에게 난시는 저와 같은 상황이 진행될 수 있기에 두려운 뜻이기도 했습니다. 막상 안경 쓴 모습을 보니 아빠 된 마음이 저려 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을 지닌 제가 딸에게 나쁜 시력을 물려준 것 같아 죄책감이 듭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님의 마음과 장애를 지닌 자신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는데... 내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딸의 안경을 보니 그저 마음이 먹먹하고 아려옵니다. 각자 세상의 마지막 날 깊은 어둠을 맞이하게 되지만 저는 희귀병으로 인해 어두움을 먼저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딸의 안경이 가슴 아프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