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버지

(2)
과장님의 귀마개 우리 회사에는 나이가 많음에도 과장이신 분이 계십니다. 근속연수에 따라 승진하는 회사라서 그렇습니다. 회사 분위기도 아주 보수적인 편입니다. 과장님은 평소에는 유머 있고 인자하지만, 업무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원리원칙대로 일하시며 조금은 답답한 성격을 지니신 분이기도 합니다. 작년 겨울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과장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감색 코트를 입고, 귀에 귀마개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귀마개가 점잖으신 분의 체면에 맞지 않게 아주 낡았더군요. 저는 호기심에 과장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과장님 귀마개가 아주 멋지시네요. 누가 선물로 주신 건가요?" 과장님은 흐뭇한 미소로 제게 말했습니다. "우리 딸이 재작년에 사준 거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경쟁 사회에서 오늘도 가장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불안의 시대 아버지 이야기 나이 예순, 내 직업은 대리운전기사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 일은 시작됩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호출을 기다리면서 밤거리를 서성입니다. 하루 평균 다섯 시간은 뛰거나 걸어야 하는 이 일이 이제는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그런 나에게도 빛나는 시절은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했고 가정도 꾸렸습니다. 곧 아들 둘이 태어났고,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성실하게 할 일만 하면 안정된 삶은 계속될 거로 생각했습니다. 평생직장이 당연하던 그 시절 미래를 의심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1997년, IMF와 함께 내 기대는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