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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ISSUE

슬리포노믹스

슬리포노믹스 고속성장(17000억원대)

  • 불황에 잠 못 드는 대한민국…"꿀잠 삽니다"

  • 기능성 침구서 IT접목한 슬립테크로 상품 다변화숙면 보조 용품서 수면 관리·불면 치료까지 발전

  • 수면 카페슬립 코디네이터·테라피스트도 등장

 

 40대 직장인 김OO씨는 지난해 말 회사에서 구조조정설이 나돈 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잠을 못 자니 체중이 줄고 업무 의욕도 떨어졌다. 단 몇 시간만이라도 푹 자고 싶었던 그는 지인 소개로 한 백화점 '건강수면숍'을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숙면을 돕는 라벤더향 '아로마 롤링펜'을 귀 밑에 살짝 발라줬다. 베개와 매트리스, 보디쿠션, 마시는 차와 아로마테라피 용품 등 불면을 퇴치하는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매장 안 침대에 누워 '경추 교정용' '척추 교정용' '코골이 보완용' 등 기능성 메모리폼과 구슬 형태로 뭉쳐진 기능성 솜, 말랑말랑한 빨대처럼 생긴 파이프 조각으로 채워진 베개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가격은 10~30만원대 후반. 원하는 높이나 탄력이 없으면 맞춤 제작도 해줬다. 사람 피부와 비슷한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달걀 속껍질로 외피를 만든 보디쿠션을 껴안으니 스르륵 잠이 몰려왔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갈수록 늘면서 이제 대한민국도 돈을 주고 단잠을 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8시간으로 성인 권장 수면 시간인 7~9시간에 못 미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잠을 가장 적게 자는 나라이기도 하다. 끝이 안 보이는 불황에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카페인 과다 섭취,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불면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단잠을 자고 싶은 소비자들 덕분에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다.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불면증을 덜어주는 관련 용품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1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면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 잠재력이 높다. 전문가들은 국민소득이 25000달러를 넘으면 수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능성 침구 시장 규모는 6000억원대(야노경제연구소 자료)를 기록했다. 전년 5250억원보다 14.3% 늘어난 수치다. 잠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각종 수면 관련 용품 판매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수면안대 매출은 전년 대비 230% 급증했고, 아로마 용품 판매액은 36.3%, 캐머마일차는 20%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온라인 쇼핑 사이트 11번가에서도 라텍스와 기능성 침구 매출이 33%, 캔들과 디퓨저 43%, 건강숙면 용품(입 벌림 방지기와 수면 에센스 등) 22%, 수면안대 25%, 귀마개 20%, 티백과 허브차는 18% 각각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11개 점포에서 건강수면숍을 운영하고 있다. 기능성 침구 매출 증가율은 2013 20.9%, 2014 19.6%, 2015 20.1%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숙면 도우미'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베개나 가구에 뿌리는 침구 전용 향수, 코골이 완화 스프레이, 실리콘 재질로 콧구멍을 확장시켜 코골이를 개선하는 코 호흡기, 턱을 잡아당겨 입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입 벌림 방지 밴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에어볼이 머리를 포근히 감싸줘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게 하는 '기절베개' 등이 각광받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보기술(IT)과 접목한 이른바, '슬립테크' 분야로 발전하면서 숙면 용품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수면 상태를 체크해주는 스마트밴드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IT 기기는 수면 시각과 뒤척임, 기상 시각 등 수면 상태를 체크할 뿐만 아니라 기상 시각을 미리 예상해 30분 전 진동을 울린다.

 지난해 11번가의 스마트밴드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600%나 급증했다
공기 지압·진동·온열 등으로 눈을 마사지해 숙면을 유도하는 코리아브레오 '수면안대'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착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해먹에 누워 낮잠을 즐기는 수면카페도 성업 중이다. 최근에는 개개인의 체질과 수면 습관을 측정해 맞춤 침구 상품을 제안하는 '슬립 코디네이터'와 잠을 못 자는 이유를 찾아서 숙면을 도와주는 '슬립 테라피스트'라는 새로운 직종까지 등장했다


[출처:매일경제&mk.co.kr, 전지현 기자 / 이새봄 기자 Biz Focus ]